글벗님들 광장

겨울행

초록담장 2006. 1. 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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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행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 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당신 적삼에 베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싶습니다

나는 술취한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 가지를 꺽던 눈발의

당신의 언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못뜨고 때시던 생솔의,타는 불꽃의

저녁 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 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 거립니다

 

                               시/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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