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님들 광장
행복
초록담장
2005. 10. 5. 21:17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을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 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 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 하였네라.
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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