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벗님들 광장

그 노인이 지은집

초록담장 2005. 9. 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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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인이 지은집

 

                         길상호

 

그는 황량했던 마음을 다져

그속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집크기에 맞춰 단단한

바탕의 주춧돌 심고

세월의 알맞은 나이테에

소나무 기둥을 세웠다

 

기둥과 기둥사이엔 휘파람으로

울던 가지들 엮어 채우고

붉게 잘익은 황토와 잘게썬

볏짚을 섞어 벽을 발랐다

 

벽이 마르면서 갈라진 틈새마다

스스스,풀벌레 소리

곱게 대패질한 참나무로 마루를

깔고도 그소리 그치지 않아

잠시 앉아서 쉴때 바람은 나무의

결을 따라불어가고 이마에 땀을 닦으며

그는 이제 지붕으로 올라갔다

 

비올때마다 빗소리 듣고자

양철 지붕을 떠올렸다가

늙으면 찿아갈 길 꿈길 뿐인데

방마다 그길 젖을것같아

새가 뜨지 않도록 촘촘히 기왓장을 올렸다

 

그렇게 지붕이 완성되자 그집,

집다운 모습이 드러나고

그는 이제 사람과 바람의 출입구마다

준비해둔 문을 달았다

가로 세로의 문살이 슬픔과 기쁨의

지점에서 만나 틀을 이루고

하얀 창호지가 팽팽하게 서로를 당기고 있는

불 켜질 때마다 다시 피어나라고

봉숭아 마른 꽃잎도 넣어둔,

문까지 달고 그는 집한바퀴를 둘러 보았다

 

못없이 흙과나무,세월이 맞물려진 집이였기에

망치를 들고 구석 구석 아귀를 맞춰 나갔다

토닥 토닥 망치소리가 맥박처럼 온집에 박혀 들었다

소리가 닿는 곳마다 숨소리로 그집 다시 살아나

 

하얗게 바렌 노인 그안으로 편안히

들어서는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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