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나무로 *
지난 계절
더 높게 자라기 위해
더 많이 달리기 위해
모질게도 다툼질 했었는데
이제는 모듬을 내어주고
텅빈 가슴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겹겹이 입었던
잎이며 열매를 막 힘 다해
대지에 토 하고선
오만가지 장식이랑
치장까지 다 벗어 주고
통바람 호올로 맞으며 서 있다
제 목숨 위협하는
찬바람 된서리를
안으로 안으로 인내하면서
세월이 가져다준
옹골진 알몸통 다 드려내고도
새봄의 잎새를 예비하며
기다림으로 세월을 채워간다
동짓달 긴긴 밤을 지내야
햇살 환한 아침을 맞이하는법
이제 우리도
한그루 겨울나무가 되자
온갖 세상 치장이나
거품 장식 다 벗어놓고
자기편만 정답이고 나머진 아니다는
아집과 편견도 내 던져 버리고
텅빈 가슴으로 새희망을 담자
텅빈 마음으로
사람사는 다정과 다감을 담자.
시/청죽/백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