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호·사랑시
그립다는 것은
초록담장
2004. 12. 21. 16:12
그립다는 것은
새벽 산길을 걷다가
맑은 샘물을 만나도
한 웅큼 퍼다가 보내 주고 싶었죠
길 섶에 함초롬히 고개 내민
꽃나리가 하도 예뻐서
시들지 않게 파다가
근사한 화분에 담아 보내 주고 싶었죠
탱자나무 울타리에 샛노랗게 달린
알맹이들이 모진 여름 견디어
은빛 향기 품어 품어 내길래
가시에 찔려 가면서 한수레 따서 주고 싶었죠
하늘에 높다랗게 그려 있는
뭉게 구름의 형상이
너무도 신비로와 그대로 떠 와서
예쁘게 포장하여 보내 주고 싶었죠
아!
지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순결한 어휘의 조각 들을
하나 씩 둘 씩 모아 다가
목걸이로 귀걸이로 반지로 엮어
내 고운 님 두 손에 쥐어 주고 싶었죠.
글/오죽청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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