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시절을 보며

초록담장 2007. 8. 7. 13:47


 

 

     시절을 보며

 

                                        청죽 백영호

 

  

   훈풍부는 봄산 들어가

   연하디 순한 새순 또옥 똑 따서

   너의 눈웃음 코웃음 마음웃음까지 섞어

   무치고 버무려 알싸한 신록향기 곱게 싸서 줄께.

 

   여름오면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랑 깻잎 쑥갓들 대소쿠리에 담아

   불어난 계곡물에 설렁설렁 헹궈

   너의 상처 번민 장대비슬픔 함께 싸서

   넓다란 손바닥 몇겹으로 포개 먹으련다

   두 볼은 앞 산 만큼 튀어 나오겠지.

 

   가을날에는

   땅에선 송이버섯 싸리버섯 운지버섯 따고

   하늘에선 머루랑 다래랑 어름덩쿨 열매랑

   두계절 익어온 우리사랑을 섞어 

   잘 익은 과일주로 발효시키면야...

 

   그리고,

   눈 덮인 산 들어가

   하양의 천지 만끽하며

   따뜻한 계절에 누렸던 영화 아낌없이 벗어 준

   겨울나무 숭고한 순리를 이야기하며

   두리의 발자국 뚜렷하게 찍으면서

   추워도 즐거운 겨울속으로 가자.